봄입니다. 집 앞 천에는 튤립이 피었어요. 한두 송이 성질 급한 녀석들이 먼저 활짝 피고 대부분은 아직 봉오리 상태인 것이 더 봄스럽습니다. 새로운 생명이 이제 막 생동하기 시작하는 딱 찰나의 순간. 온 계절 온 하루 중에서도 가장 짧은 순간이 아닐까 싶어요.
이렇게 설레는 봄인데. 봄이 오면 이상하리만치 기분이 가라앉곤 해요. 계절의 변화는 봄에서 여름, 여름에서 가을, 가을에서 겨울 벌써 세 번이나 더 있는데 유독 겨울에서 봄으로 변하는 지금이 제일 외롭습니다. 무언가 새로 시작하기 바쁜 세상과 사람들 사이에서 나만 혼자 뒤처진 기분이 들기 때문일까요?
지난주부터 심리 상담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예술인복지재단에서 예술인의 심리 상담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 있거든요. 마침 멀지 않은 곳에 센터가 있어 신청하게 되었어요. 심리 상담이라 하면 걱정하실까 걱정이네요. 제 마음이 위험하다기 보다 나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어요.
본격적으로 상담에 들어가기 앞서 기질 검사와 심리검사를 진행했는데요. 다른 수치들은 무난한데, 활력 에너지(라고 표현하셨어요.)가 몹시 떨어져 있는 상태, 사실 이 정도 수치라면 우울증을 진단할 수도 있을 정도의 낮은 수치라고 진단을 내려주셨습니다. 다만 저의 기질적인 특징이 우울감에 심하게 빠지는 유형은 아니라 일시적인 것 같으니, 원인을 함께 찾아보자고요. 어째 최근 들어 유난히 더 자주 무력해지고 기운이 없다 했다 했더니 다 이유가 있었네요.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글쎄요. 여러 이유들을 고민해 보다가 꽤 오랫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는 기분을 떨쳐낼 수가 없더라고요. 언제부터인가 생각해 보면 뇌출혈? 결국은 뇌출혈을 말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또 지긋지긋한 그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