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요새는 수영 강습을 듣고 있습니다. 무한 대기였던 집 앞 수영장에 자리가 났다는 연락이 왔거든요. 4월부터 화 수 목 금. 적당한 아침에 중급반 수업을 듣고 있어요. 아침을 수영으로 여는 삶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어요. 대학시절 새벽 수영을 다녔던 이후 처음입니다. 잘못된 자세를 고쳐잡느라 수영장의 물을 다 들이마셔 화장실을 몇 번을 들락날락하는지 몰라요. 그래도 무척 재미있습니다. 점점 나아지는 자세와 새롭게 배우는 수영 기술,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니 삶에 유쾌한 활력이 생깁니다.
그래도 아침이면 아 오늘은 수영 가지 말까-하는 생각으로 일어나곤 하는데요. 수영장 가서 씻자는 마음으로 억지로 일으켜 나갑니다. 그렇게 한 시간 운동하고 나면 개운해져서 하루를 더 알차게 보낼 수 있게 돼요. 오늘도 그랬습니다. 몸은 조금 피곤하지만 정신은 또렷해져서 이렇게 편지도 쓰고 있고요. 아마 저 같은 프리랜서를 살게 하는 건 돈도, 명예도, 작업도 아닌 이런 강제성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출퇴근이 없는 직업, 일한 만큼 소득으로 이어지지도 않는 직업, 직업이라고 명하기엔 너무나 낭만적인 나의 일은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는 초고난도 DIY의 끝판왕입니다. D.I.Y. Do-it-yourself. 어린 시절엔 이 말이 참 멋들어지게 느껴졌는데 근래엔 왜 이렇게 막막하기만 한지 몰라요. 아무래도 DIY보다는 완제품이 낫겠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역시 청춘은 지난 것 같고요. 여하튼 이런 직업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가장 필요한 건 열정과 재능보다도 강제성이겠구나. 오늘도 또 곱씹습니다.
억지로 일어나게 하는 것, 억지로 씻기고 데려다 놓는 것, 작업실에 출근시켜놓는 것, 월급이 없어도 억지로 일하게 하는 것, 억지로 노래하게 하고, 억지로 창작하게 하는 것. 강제로 내 몸을 옮기는 것. 이렇게 말하면 되게 하기 싫은 일 억지로 하는 사람처럼 보일까 걱정이지만 즐거운 일을 한다고 매 순간 즐겁기만 하진 않거든요. 즐거운 일이 문득 하기 싫어질 때 멈추지 않고 계속할 수 있게 하는 장치를 어떻게든 마련해야 오래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것이 지금의 저에겐 수영이고요. 오래전 고안한 음악 창작 프로젝트 ‘이달의 음성메모’ 입니다.
누구보다도 게으른 나를 강제로 일하게 하기 위해 친구들과 음악 구독 메일링 서비스를 시작했고, 몇 년 동안 한 달에 한 번 새로운 곡을 만들며 이어오고 있어요. 심지어 뇌출혈이 터졌을 당시에도 병원에서 메일을 쓰고 있었습니다. 음악은 만들지 못했지만, 편지 쓰는 일까지 멈추고 싶진 않았거든요. 앞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저는 살아있었고 정신도 온전했고 손가락도 움직일 수 있었으니까요. 그것마저 멈춘다면 정말 제가 죽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할 수 있는 건 해내고 싶었습니다. 응원해 주시는 분들께 제 소식을 알리고 싶기도 했고요. 어떻게든 내가 여기 살았다는 증거를 남기고 싶었달까.. 지금 생각하면 비장한 제 모습이 웃기기도 하지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