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근래 계속 울적했거든요. 음악 활동에 대한 고민, 어렵게 얻은 새 삶임에도 여전한 불안과 불확실성, 서울을 떠나며 겪게 된 외로움 등등. 오늘도 어제도 내일도 끝나지 않는 질문에 골머리를 앓다가 바쁜 와중에 떠난 여행이었는데요. 복잡했던 머릿속이 바위 앞에서 무색해지는 순간 ‘아 오길 잘했다.’ 싶었습니다.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들과 날씨 좋은 날 산속에 파묻혀 계곡물소리를 듣고 있노라니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날 것만 같았습니다. 다시금 제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된 거 있죠? 아주아주 높은 바위를 오르다 보면 오롯이 혼자 있게 되는 순간이 있거든요. 한 줄의 로프에 생명을 걸고, 당장 눈앞에 내가 올라야 하는 거대한 벽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그 순간. 저 멀리 보이는 산등성이, 온몸으로 내리쬐는 햇살, 어렴풋이 들리는 나뭇잎 소리, 새소리, 바람 소리. 그리고 터질듯한 ‘내’ 심장소리와 ‘내’ 숨소리. 손끝 발끝에 온몸을 지탱하며 서 있는 그 순간에서야. 지금 느끼고 있는 이 감각들은 오롯이 내 것이라는 강력한 확신이 저를 살아있게 만들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을 땐 바위 앞으로! 그럼 그냥 그게 뭐든 알게 되는 느낌이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