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편지를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몇 달 전이에요. 10여 년의 서울살이를 끝내고 얼마 전, 강원도 춘천으로 이사를 왔거든요. 그보다 더 전에는 뇌출혈이 있었고요. 삶이 변하는 속도에 따라가기가 여간 쉽지 않아 어지러워하던 중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묻더군요. "다시 태어난 기분이 어때?"라고요. 저는 잠시 생각하다 싱겁게도, "심심해"라고 했어요.
그것도 그럴 것이 제가 겪은 "뇌출혈"이라는 무시무시한 단어에 비해 지금의 저는 대단히 오랜 기간 투병한 것도, (저는 1년 정도?) 일상이 불가능할 정도의 후유증이 남은 것도, (머리 묶을 때 잘 안 보이긴 해요!) 생명의 위협도 (다시 터질 수도 있지만 죽지는 않는대요!) 없으니 말이에요. 이런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으며 다시 태어났으니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도, 그냥 사랑하는 사람과 별일 없는 저녁을 먹는 삶이 이어지면 좋겠다고 대답했습니다. 거창하게 적었던 버킷리스트가 되려 죽음 앞에서는 무용해지는 이 기분을 어찌 설명하면 좋을까요?
그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친구가 그래요.“오히려 그런 이야기가 더 위로가 되는데?”라고요. 죽다 살아났다고 해도, 갑자기 지구 한 바퀴를 도는 사람보다 그냥 이렇게 하루하루를 무탈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지 않을까? 그리고 그 이야기가 자긴 더 좋다면서요.
그런가요? 이렇게 별일 없는 일상이 더 재밌을까요? 하지만 그러려면 저의 응급실 썰과 중환자실, 마비된 눈으로 울면서 썼던 일기가 먼저 나와야 할 것 같은데.. 춘천에서의 요양생활도 이야기해야 하고.. 어떻게 풀어야 할 지 고민이 되네요. 아직 시간은 많고 저는 느긋하게 살아가기로 마음먹었으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얘기해 볼게요. 그간 있었던 일도 전해야 하고요.